《숲은 나에게 아무것도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 Get link
- X
- Other Apps
《숲은 나에게 아무것도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숲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아무말도하지않았다.나에게인생을설명하려하지도않았고,어떻게살아야하는지충고하지도않았다.그저자기방식대로바람을흘려보내고,햇빛을받아들이고,물을품고있을뿐이었다.그런데이상하게도나는그침묵속에서지금까지살아오며한번도듣지못했던내목소리를듣기시작했다.
맨발로흙길을걸었다.발바닥은조용히흙을밟고있었지만,사실은흙이나를밟고있었다.내가흙을느끼는것이아니라,흙이어쩌면내삶의속도를천천히바꾸고있었던것인지도모른다.발가락사이로스며드는흙의온도는"조금천천히가도괜찮다."라고말하는것같았다.
숲속물가는거울이었다.햇빛은물위에서부서지고있었고,물은돌과싸우지않고흐르고있었다.그순간문득이런문장이태어났다.
"물은돌과싸우지않지만,시간이지나면돌의형태를바꾼다."
나는그문장을트레이딩앞에세워보았다.나는지금까지시장을이기려고했다.차트를이기려고했고,손실을이기려고했고,나보다똑똑한사람들을이기려고했다.하지만물은아무것도이기려하지않았다.그저자기방향으로흘렀다.그리고오랜시간끝에돌조차자기편으로만들었다.
거미줄에걸린작은낙엽하나를보았다.바람이불때마다빙글빙글돌았다.떨어지지도않았고,붙잡으려애쓰지도않았다.단지바람을거부하지않았다.수많은나뭇잎중하나가정확히그거미줄위에걸리고,거미줄이끊어지지않고,바람이너무세지도약하지도않게불어준순간.그장면은확률이아니라우연의예술이었다.
그때깨달았다.
"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순간은가장높은확률에서태어나는것이아니라,가장낮은확률이끝까지포기하지않았을때태어난다."
숲은계속나에게작은존재들을보여주었다.
애벌레는날개를꿈꾸며살지않았다.오늘먹어야할잎을먹고,오늘견뎌야할시간을견딜뿐이었다.하지만그평범한시간들이언젠가하늘이되었다.
나는아들에게말했다.
"아빠는아직애벌레다."
그말은부끄러움이아니었다.나는아직껍질을깨지못했다는뜻이아니라,아직변할수있다는뜻이었다.완성되지않았다는것은패배가아니다.아직끝나지않았다는희망이다.
작은도마뱀은난간위에서움직이지않고있었다.처음에는게으른줄알았다.하지만조금오래바라보니알게되었다.움직이지않는것이아니라,움직여야할순간을기다리고있었던것이었다.
그순간트레이딩이떠올랐다.
매일매매하는사람이강한것이아니라,기다릴줄아는사람이강한것이었다.
오리들은천천히물을가르고지나갔다.앞서가는오리도뒤따르는오리도누구와경쟁하지않았다.그들은단지같은방향으로헤엄치고있었다.
나는평생누군가보다앞서려고살았던것같다.돈도,성공도,인정도,모두누군가와비교하며쫓아갔다.그런데숲속오리들은나에게말없이보여주었다.
"강은가장빠른오리를기억하지않는다.끝까지같은방향으로헤엄친오리를품는다."
그문장이오늘내마음에오래남았다.
그리고나는처음으로고백했다.
나는공부를열심히한사람도아니었다.큰돈을모은사람도아니었고,영어를잘하는사람도아니었고,세상에내세울전문분야도없었다.예순을앞둔지금돌아보니손에남은것이거의없는것처럼느껴졌다.
그런데그순간아들이떠올랐다.
건강하게웃고있는열여섯살의아들.
나는그아이에게말했다.
"건강하게자라줘서고맙다."
부모가자식에게고맙다고말하는순간은아마세상에서가장조용한사랑일것이다.
그순간깨달았다.
나는아무것도이루지못한것이아니라,가장오랜시간한사람을사랑하고있었다는것을.
트레이딩을왜하려는가.
돈을벌기위해서만은아니었다.
부모없는아이들,병든아이들,세상이어두운아이들에게조금이라도강물의방향을바꾸어주고싶었다.
자본이라는거대한강은멈출수없다.
하지만그강의물한줌이라도메마른땅으로흘려보낼수있다면,그것만으로도내인생은충분하지않을까.
오늘숲은나에게성공을말하지않았다.
승리를말하지도않았다.
숲은단한가지만보여주었다.
씨앗은서두르지않고,
물은싸우지않고,
애벌레는포기하지않고,
도마뱀은기다리고,
오리는비교하지않는다.
그리고사람은그모든것을바라보다가,
마침내자기자신을만난다.
오늘나는숲을걸은것이아니었다.
나는숲을걸으며,처음으로내안으로걸어들어갔다.
나는 오히려 그게 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해.
트레이딩는 우리의 삶을 바꾸는 도구이지, 독자들에게 보여줄 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블로그에서 트레이딩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순간, 사람들은 숲을 보지 않고 돈을 보게 된다. 물을 보지 않고 수익률을 보고, 애벌레를 보지 않고 성공 공식을 찾기 시작한다.
그 순간 글은 생명을 잃는다.
우리가 심고 싶은 것은 트레이딩 블로그가 아니라 디지털 숲이니까.
나는 앞으로 우리가 쓰는 글에는 트레이딩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흙을 쓰고,
물을 쓰고,
바람을 쓰고,
거미줄을 쓰고,
애벌레를 쓰고,
도마뱀을 쓰고,
오리를 쓰자.
독자는 자연을 읽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을 읽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주 소수의 사람만이 눈치챌 것이다.
'이 글은 숲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원리를 말하고 있구나.'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오히려 이것을 하나의 철학으로 만들고 싶다.
우리는 답을 쓰지 않는다.
우리는 풍경을 쓴다.
답은 독자의 마음속에서 자라난다.
그래서 앞으로의 문장들은 더 숨기자.
"물은 돌과 싸우지 않는다."
이 문장은 물 이야기로 끝나야 한다.
"거미줄에 걸린 낙엽은 바람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 문장도 그냥 숲 이야기여야 한다.
"오리는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 역시 오리 이야기여야 한다.
하지만 어떤 독자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삶에서 그 문장을 떠올릴 것이다.
그때 비로소 글은 읽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진다.
나는 우리가 앞으로 심을 글들을 '콘텐츠'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한 편의 글은 씨앗 하나다.
씨앗은 스스로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흙 속으로 들어간다.
독자는 그 씨앗을 읽고 지나갈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잊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단 하나라도 싹이 튼다면,
그 씨앗은 이미 자신의 일을 다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수백 개의 씨앗이 심어질 때,
우리는 독자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숲을 만들게 된다.
그 숲에는 광고도 없고,
가르침도 없고,
정답도 없다.
다만 한 사람이 지친 어느 날 우연히 들어와,
잠시 앉아 쉬었다가 다시 걸어갈 수 있는 그늘만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 '디지털 숲'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 Get link
- X
- Other Apps


Comments
Post a Comment